
나는 검은 고양이 블랙죠.
내가 도둑 고양이가 되기전에 나를 사랑해 주었던 남자를 아직도 기억해.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어. 아침 일찍 집을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왔어.
가끔은 코를 자극하는 냄새를 풍기기도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런날에는
유난히도 나를 더 꼬옥 안아 주었어.
그는 2년 전 여름밤, 나를 마을 노인정 앞에 놓아주며 울었어.
한 달 정도의 사료, 외출할때마다 들어가야만 했던 가방과 함께였지.
쪽지를 남겨 두었었나봐. 사람들은 나를 키우기 시작했어.
노인정은 정신이 없었어.
난 낮에는 노인정 마루 구석에서 자는 척, 밤에는 동네를 서성거렸지.
집안을 넘나들 수 있는 구멍이 있었거든. 사실 그 녀석과 살 때 보다 재미있었어.
석 달에 한 번정도 우체국에서 손님이 올 때마다 난 향기로 가득한 캔을 하나씩
먹을 수 있었어. 아마도 녀석이 보낸것일꺼야. 근데 말이지, 이건 너무 맛이 있는거야.
원래 녀석은 나에게 캔을 먹이는걸 좋아했어. 귀찮아서였을까. 비쌀텐데.
근데 왜 이렇게 맛있어진거야? 새로운 제품이 나온걸지도 모를 일이지.
그렇게 2~3주가 배부르게 지나가곤 했어. 그리고 난 또 맛있는 캔을 기다렸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상자를 가지고 오는 우체국 손님을 봤던것 같아.
가끔 캔은 아니지만 짭짜름하면서 생선향이 나는 대패 가루 같은 것도 먹었던거 같아.
그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지난 여름부터 더이상 캔은 오지 않았어.
뭐하면서 살고 있을지 궁금해. 난 캔이 먹고 싶다구.
내 고양이 블랙죠
장마가 시작되고 있다.
일본의 여름은 오히려 건조하다.
나는 일본에 와서 땀을 흘려본 적이 없다.
적어도 여기서는 땀을 흘릴 시간조차 없었다.
처음 일본에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모든 인연을 끊고 도착했던 날이 기억난다.
나는 버릇처럼 코트에 묻은 고양이 털을 하나하나 때어내고 있었고,
공항의 택시 승강장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난 새 삶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과 약간의 돈, 충성을 담보로 조직에 들어오게 되었다.
첫 날, 택시에서 나를 마중하러 나온 와타나베는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누군가가 우리를 미행을 하고 있는건가,
뒤를 돌아보았더니 와타나베는 내 뺨을 때렸다.
"정신차리고 똑바로 새겨들어. 지금을 물론,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 영원히 뒤를 돌아보지마."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난 운이 좋아 오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매주 목요일 자정 모임마다 보이는 신입들의 의미를
깨닿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모든것을 포기했다.
부질없는 짓이다.
사랑? 돈? 집? 옷?
하물며 집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는 일 조차 하찮게 느껴졌다.
하지만 가끔 블랙죠 생각이 났다.
곧 돌아온다는 쪽지를 남기고 부탁을 했던 노인정에
규칙적으로 사료용 캔과 가츠오부시를 보냈다.
잘 살아 있어라 요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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